공공기관 웹 프로젝트가 민간과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은 기술이 아니라 절차입니다. 같은 규모의 사이트라도 요건 정의가 부실하면 검수 단계에서 일정이 통째로 밀립니다. 발주 담당자와 수행사 양쪽에서 겪은 시행착오를 정리했습니다.
민간 프로젝트는 "좋아 보이면" 넘어가는 구간이 있습니다. 공공은 그렇지 않습니다. 준공 검수에서 확인하는 것은 심미성이 아니라 과업지시서에 적힌 대로 만들어졌는가입니다. 그래서 공공 프로젝트의 성패는 착수 시점이 아니라 그 이전, 요건을 정의하는 단계에서 대부분 결정됩니다.
공공 프로젝트에서 자주 놓치는 5가지
1. 웹 접근성 — 나중에 붙이면 두 배가 든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공공기관 웹사이트는 접근성 준수 대상입니다. 국내 기준은 한국형 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KWCAG)이며, 인증마크를 요건에 포함하는 기관도 많습니다.
문제는 시점입니다. 접근성은 디자인이 확정되기 전에 반영해야 하는 요건입니다. 색상 대비, 키보드 이동 순서, 대체 텍스트, 동영상 자막은 모두 설계 단계의 결정 사항이기 때문입니다. 완성된 사이트에 뒤늦게 붙이면 디자인을 다시 손봐야 하고, 비용과 기간이 함께 늘어납니다.
2. 보안 — 시큐어코딩과 개인정보 처리
민원 신청, 설문, 예약처럼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기능이 있다면 수집 항목·보유 기간·파기 절차를 사전에 정리해야 합니다. 개발 단계에서는 시큐어코딩 기준을 적용하고, 오픈 전 취약점 점검 일정을 별도로 확보해야 합니다. 이 점검 기간을 일정에 넣지 않아 오픈일이 밀리는 경우가 가장 흔합니다.
3. 호환성 — "어디까지 지원할 것인가"를 숫자로 적을 것
과업지시서에 "주요 브라우저 호환"이라고만 쓰면 검수 때 해석이 갈립니다. 지원 대상 브라우저와 최소 버전, 모바일 대응 화면 폭을 숫자로 명시해 두면 분쟁이 사라집니다.
4. 산출물 — 결과물은 사이트만이 아니다
공공 프로젝트의 납품물에는 사이트 외에 문서가 포함됩니다. 요구사항 정의서, 화면 설계서, 메뉴 구조도, 테스트 결과서, 운영자 매뉴얼, 유지보수 계획서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 문서 작업량이 전체 공수의 20~30%를 차지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견적 단계에서 반드시 범위에 포함시켜야 합니다.
5. 저작권 — 폰트와 이미지 라이선스
공공 사이트는 저작권 검증이 특히 엄격합니다. 웹폰트, 사진, 아이콘, 지도, 영상의 라이선스 범위를 계약 시 확인해야 합니다. 상업용 유료 폰트를 웹폰트로 쓰려면 별도 라이선스가 필요하고, 무료 이미지도 상업적 이용 가능 여부와 출처 표기 의무가 각각 다릅니다.
공공누리 유형이 표시된 공공저작물, 그리고 저작권 없이 배포되는 국문 폰트를 기본으로 설계하면 라이선스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 종료 후 담당자가 바뀌어도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다.
과업지시서에 미리 넣으면 좋은 항목
- 웹 접근성 준수 수준과 인증 취득 여부, 인증 비용 부담 주체
- 지원 브라우저·최소 버전·모바일 대응 기준
- 개인정보 수집 항목과 처리 방침 반영 범위
- 취약점 점검 시행 주체와 조치 완료 기한
- 납품 산출물 문서 목록
- 콘텐츠 이관 범위(기존 게시물 건수, 첨부파일 포함 여부)
- 하자보수 기간과 그 안에 포함되는 수정의 범위
- 서버 환경(기관 내부망 여부, 클라우드 사용 가능 여부)
특히 마지막 두 항목이 분쟁의 단골입니다. "하자보수 기간 중 무상 수정"이라고만 적혀 있으면 오류 수정과 신규 기능 추가의 경계가 모호해집니다. 결함 수정은 무상, 기능 추가·콘텐츠 변경은 별도처럼 성격으로 구분해 적어두시면 양쪽 모두 편합니다.
일정은 오픈일에서 거꾸로 잡는다
공공 프로젝트는 오픈일이 먼저 정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일정은 역산이 정답입니다.
| 단계 | 오픈일 기준 | 주의점 |
|---|---|---|
| 요구사항 확정 | D-90 이전 | 이후 변경은 일정에 그대로 반영됨 |
| 화면 설계 승인 | D-70 | 접근성 요건을 이 단계에서 반영 |
| 디자인 확정 | D-55 | 색상 대비 검토 포함 |
| 개발·콘텐츠 이관 | D-20 | 이관 데이터 검증 시간 별도 확보 |
| 취약점 점검·접근성 심사 | D-15 | 재점검 기간까지 감안 |
| 검수·산출물 제출 | D-5 | 문서 작성은 개발과 병행 |
기간이 이보다 짧다면 기능을 줄이는 편이 낫습니다. 요건을 그대로 두고 기간만 압축하면 접근성과 보안 점검이 가장 먼저 희생되는데, 이 둘은 오픈 후에 문제가 생기면 훨씬 비싼 대가를 치릅니다.
웨이브픽셀은 한국도로공사 공공디자인 프로젝트에서 최우수상을 받았고, 이후에도 공공·기관 프로젝트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과업지시서를 작성하는 단계라면 초안을 함께 검토해 드립니다. 발주 전 상담은 수의계약이나 입찰 참여와 무관하게 진행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웹 접근성 인증은 반드시 받아야 하나요?
법령상 의무는 접근성 '준수'이고, 인증마크 취득은 별개의 선택입니다. 다만 기관 평가나 감사에서 근거 자료로 활용되기 때문에 과업지시서에 인증 취득을 포함하는 기관이 많습니다.
인증을 요건에 넣으실 경우 심사 비용과 심사 기간, 재심사 가능성까지 일정과 예산에 미리 반영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기존 게시물이 수천 건인데 이관이 가능한가요?
가능합니다. 데이터베이스에서 직접 추출해 옮기는 방식이라 건수 자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변수는 첨부파일 용량과 기존 글에 포함된 비표준 태그입니다. 착수 전에 샘플 100건으로 이관 테스트를 먼저 해보면 전체 일정을 정확히 산정할 수 있습니다.
내부망(폐쇄망) 환경에도 구축할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다만 외부 CDN, 외부 폰트, 지도 API처럼 인터넷 연결이 필요한 요소를 모두 내부 자원으로 대체해야 하므로 설계 단계에서 미리 확인해야 합니다. 요건 정의 때 폐쇄망 여부를 알려주시면 그에 맞춰 기술 구성을 잡습니다.
소규모 기관인데 별도 홈페이지 없이 페이지 몇 개만 필요합니다.
단일 페이지 형태의 안내 사이트도 진행합니다. 규모가 작아도 접근성과 개인정보 요건은 동일하게 적용되므로, 기능을 줄이는 대신 그 두 가지는 처음부터 반영해 만드는 방식을 권해 드립니다.

